YONSEI UNIVERSITY

DEPARTMENT OF SOCI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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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2-03-22 조회 : 68
김왕배 교수 “‘분노의 분노’를 넘어, 5.18 항쟁의 시간과 기억” 출판논문 소개

"분노의 분노를 넘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에 항쟁의 정신을 반추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 

5.18 항쟁 이후 불완전 하지만 신군부세력들이 사법처리를 받는가 하면, 특별법 제정을 통해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보상이 이루어지고, 해마다 오월이 오면 광주에서는 오월 영령에 대한 의례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역사적 의의를 폄훼하는 언행은 멈춰지지 않고 있다. 항쟁의 의미는 후세대의 삶 속에 평화와 인류애라는 가치로 지향되지 못하고, 하나의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5.18 항쟁의 의미는 ‘그때/그곳’의 분노를 넘어 ‘지금/여기’ 그리고 세대의 저편으로 계승되고 재구성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 나는 방관자 또는 침묵했던 자들의 죄책감과 부끄러움이 항쟁의 의미를 확산하고 되새기는 힘으로 작동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아울러 5.18 항쟁의 시간과 기억을 되살리면서, 조심스럽게 ‘곤혹스럽고 어려운 용서’의 가능성을 타진해보고자 한다. 

용서는 가해(자)에 대한 마주침이 아니라 잃어버린 자아와 사랑하는 대상을 마주하는 것이다. 우리 대부분 역시 야스퍼스가 말한 도덕적이고 형이상학적 죄의 담지자로서 용서의 대상자이기도 하다. 진실규명과 처벌도 용서의 한 과정이고, 분노의 분노를 뛰어넘는 용서 또한 인간의 잠재적 도덕적 가능성과 인류사회의 미래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연행이 될 수 있다.

5.18 항쟁의 정신은 인권과 평화, 생명 생태의 부름이기도 하다. 인간 뿐 아니라 인간너머 비인간의 생명에 대한 존중이 쇠락한 사회, 모나드적이고 파편화된 비(非)감성적 계약사회, 오로지 공리주의적 세계관에 입각한 공정으로서의 정의가 삶의 기준이 된 사회, 혐오와 차별이 일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회에서 항쟁이 정신이 주는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우리는 5.18 항쟁의 정신을 좀 더 다양한 경로와 장에서 펼칠 수 있어야 한다. 5.18 항쟁의 기억을 슬픔과 분노, 엄숙한 계몽의 부활에 그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삶의 성찰, 인권과 평화의 문턱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게재논문 : 김왕배. (2021). ‘분노의 분노’를 넘어, 5.18 항쟁의 시간과 기억. 감성연구, 23, 191-225.